가지 않을 수 없던 길

PUBLISHED 2008/01/16 00:51
POSTED IN 일상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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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는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나의 희망을 되새김질 한다.
많은 것들을 버리면서 걸어가는 지금의 길이
또 다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기에
쓰라린 가슴을 보듬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후회는 절망을 잉태한다.
희망을 살찌워 내야 한다.

그런데 가끔 흔들린다.
돌아서서 올려다본 하늘이
아픔을 강요한다.
지난것에 대한 후회가 가슴을 짓누른다.
눈물이 흐른다.






2008/01/16 00:51 2008/01/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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