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PUBLISHED 2008/10/27 16:59
POSTED IN 사랑을 말하다

졸음을 내몰려고 잠깐 하려던 눈팅의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벌써 한 시간입니다. 10월도 벌써 27번째를 걷고 있으니 참 빠릅니다. 가을옷을 전부 입어보기도 전에 겨울을 맞이하게 되어 친구는 무척 아쉬운 표정입니다.

오늘이 어쩌면 겨울의 시작인 거 같아 걱정이 하나 둘 생겨버렸습니다. 급해진 겨울에 감기란 놈이 친구에게 비끼질하는 것은 아닌지가 제일 큰 걱정입니다. 뭐 최상급 품질의 독감 주사를 주치의의 왕진으로 직접 맞았다고 하니 큰 걱정은 안되지만 그래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워낙 독한 놈이라 평소 운동과 휴식을 보다 더 강요해야 하겠습니다.

'썰물에도 네게 가기 위해 배를 띄운다'는 이외수 선생의 삽화가 생각나서 옮겨놓습니다. 요즘은 그렇습니다. 밀물 썰물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저를 볼 때면 당신의 진가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또한 도종환 선생님이 저와 같은 생각이셨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외수 선생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 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2008/10/27 16:59 2008/10/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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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PERMALINK
    EDIT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10/27 21:48
  2. 일찍 보았으면 더 좋았을 댓글.
    일찍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텔레파시 촉수 기름칠 좀 해야겠어.

    잘자요~
    2008/10/28 02:32
  3. 정말 좋은 시네여
    2010/01/09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