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PUBLISHED 2008/08/31 01:02
POSTED IN 일상의 기억들

젊은 날 방황이 많았다. 단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젊음과 청춘에 대한 직무유기쯤으로 여겼다. (누구나 그런 생각은 있겠지만 난 남들보단 그 강도가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민이 많고 매사 현실을 멀리할 정도로 이상을 꿈꿨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그럴 자신감도 누구보다도 충분했다. 방황의 문제는 많은 것을 해낼 머리와 가슴의 용량은 충분했지만, 그것을 적당한 시기와 장소에서 활용치 못했기 때문이리라.

돋보기의 볼록 렌즈는 빛을 한곳에 모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빛을 받아 색을 뽐내야 하는 물체의 상은 허망하게도 거꾸로이거나 그 크기가 제각각이다. 이율배반이다. 빛은 한곳으로 잘도 모아주면서도 빛을 받아야하는 물체는 일관성을 상실한 상을 만들어 준다. 그것은 물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너무나 다른 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목렌즈는 그와 반대로 빛을 모아주진 못해도 그 상의 일관성은 늘 유지한다)

젊은 날 나의 인생도 비슷하단 생각을 가끔 한다. 가슴 속 열정을 쏟아낼 한 뭉치의 자신은 충분하지만, 막상 그것을 담아내고 보여줄 본인은 그곳에 서 있지 않으니 말이다. 늘 중심에 비켜 서 있으면서 올바른 상을 바라니 그것이 제대로 된 상을 구현할 리가 없었다.

평범하지 않던 삶을 찾던 젊은 날, 막연한 미래에 힘겨워하거나 가끔 방황이란 걸 할 때면  난 늘 친구와 '전람회 - 우리'란 노래를 부르곤 했다. 특히 무엇인가 포기해야 했던 날이면 늘상 늦은 밤 이른 새벽까지 학교 앞 시인촌이란 선술집에서 절대 음치를 뽐내며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오늘 왜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 난걸까? 너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지금의 삶에 대한 가끔의 투정이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노래는 전람회 마지막 앨범 '졸업'의 마지막 곡이다


전람회 - 우리 [열기]




2008/08/31 01:02 2008/08/3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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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전용사 PERMALINK
    EDIT  REPLY
    노래 잘 들었습니다.
    시인촌이 한울호프 건너편 말씀이신지?
    저도 예전에 자주 갔었습니다. 반갑네요.
    2008/09/01 09:30
  2. 반갑습니다. 역전용사님.

    말씀하신 시인촌이 제가 자주 갔던 곳이 맞는거 같은데요.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최근에 가보지 못해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반가워요. 혹시나 그 옛날 만나지 않았을까 라는 ^^
    2008/09/01 19:15
  3. 비밀방문자 PERMALINK
    EDIT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8/09/02 08:34
  4. 블로그 개설 이후 우주최고 반가운 댓글 되겠슴다.^^

    제가 낮시간에는 컴터를 일부러 멀리하는지라 답글이 많이 늦었죠? 적당히 이해해 주실거라 강요드려요.

    태권도도 하셨어요? 닉네임이 주는 포스에 살짝 긴장하고 검색해봐더니 태권도 품새라 하던데요. 저도 후루꾸로 1단은 가지고 있는데 첨 듣는 용어라 생소하긴 했어요. 태권도도 아니면 뭐랄까 심오한 무언가 감춰둔거 같은데 살짝 힌트라도 주셔야 합니다. 궁금한 건 못참는 제 성격을 아시면 ㅎㅎ.

    점심거르지말란말에 찡하네요. 오랜만이었어요 그런 말.

    자주 뵈요. 우리.
    2008/09/01 19:35
  5. 어쩌면...!
    요즘 김동률 노래를 많이 듣고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

    실은, 저, 어제 봉하에 다녀왔답니다.
    봉화산 숲 가꾸기 자원봉사를 하고, 노짱님과 첨맘님을 정말 1미터 앞에서 뵈었는데, 왜 그리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지...;;;
    노짱님의 말씀, 첨맘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가 되고, 마음이 아프고, 그래도 희망이 솟는 것 같은.... 정말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

    아아... 아직도 마치 그 곳에서 두분을 뵙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막 두근거려요. ^^;;;; 왠지 디제라티님께 자랑하고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ㅋ
    2008/09/01 14:01
  6. 아아악~ 염장?이십니다. 지금.

    댓글 읽고 시민광장 갔더니 난리던데요. 저도 주말에 바쁘지 않았음 가는건데 많이 아쉽네요. 너무 좋으셨겠다. 아..부럽습니다...

    혹시 제일 앞자리에서 울고 계신 분이 지현님이신가요? 사진 봤어요.
    2008/09/01 19:30
  7. 智賢 PERMALINK
    EDIT
    ;;;;;;;
    2008/09/02 09:17
  8. 저 혼자 추측하고 말걸 그랬나봐요.
    사진보면서 감동 먹고 어어...이 분이 혹시... 그런 상상이었는데..

    어짜피 첨맘님 좋아하고 노짱님 존경하고 그러면 나중에 다 만나요. 눈치없는 제가 먼저 본 것 뿐이죠. 흐릿한 사진이라 자세히 볼수 없었지만 참 따듯하신 분이라 생각되던데요. 또 미인이시구요..
    2008/09/02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