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는 작년에 이은 두번째. 아직 네번이나 남았다. 똑같은 복장을 강요하는 사회는 무기력을 강요한다. 슬리퍼에 흰면티와 반바지 차림에도 올곧던 걸음걸이도 다수의 같은 복장에는 어김없이 무기력하다. 之자 행보다. 개인적으로 필요악이다.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 나는 기형도를 좋아한다. 나의 우울이 그와 닮았다. 왠지 모르게 그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에게 위로받는다. 상처를 보듬는 어머니의 손길 같다는 생각이다. 그의 시엔 따뜻함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은 그의 시를 접하는 순간 위로를 받는다. 누구에게나 있는 가슴을 타고 흐르는 내면의 응어리를 묘한 언어로 들춰내기 때문이다.
닫혀진 공간에서 읽는 기형도 시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80년대 상처입은 청년들의 우울을 노래하게 만든 상황이 지난 며칠과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닫혀진 공간, 자유롭지 못한 행동양식, 강요되는 보안 교육 등등.



이번 여행 기간에 나와 함께한 친구들.
- 책을 사면 늘 어느 서점 출신인지 언제 나에게 왔는지 등등의 간단한 메모를 첫 페이지에 적는다. '삼학소대원들과... 2003.7.19. - 부산 서면- ' 나만 알아볼 정도의 흘려 쓴 글씨가 선명하다. 흘려 쓰여진 기억 또한 글씨만큼이나 뚜렷하다. 14주의 장후대 교육을 마치고 7월 1일에 임관하고 초군반 교육을 받을 때였으리라. 부산 해운대를 바람 쏘인다고 검게 그을린 피부의 짧은 머리가 쑥스럽지 않았던 그 시절. 그 당시 왜 그렇게 기형도를 읽고 싶었을까.
<기형도 전집> 책을 사게 된 것은 '희망'이란 시를 읽고 싶은 이유였다. 새로 찾아낸 미발표 시에 적혀있는 '희망'. 누군가 나에게 그의 시를 인용한 편지를 보냈을 때 그것이 기형도 시란 것을 처음엔 몰랐었다. 몇번을 읽고 기억 속에 저장을 하고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희망. 그뒤 늘 그 시를 외우고 다닐 정도였으니 나의 홈페이지 첫번째 글에 자리맡게 한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 블로그를 잘 보신 분은 알겠지만 블로그 곳곳에 나만의 보물들을 숨겨두었다. 어릴적 소풍가서 많이 했던 보물찾기 만큼의 흥미진진함은 없지만 블로그 이름을 지을때나 카테고리를 정할때 적당한 것이 떠오르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기형도' 시인의 글 제목을 가져다 쓴게 여기저기다.
[기억할만한 지나침], [질투는 나의힘] 등등
- 이번 여행에서 읽은 구절 중 가장 기억남는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내 가슴을 후려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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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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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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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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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쌀쌀하기 전에 소주 한잔 해야죠?
2008/08/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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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할께.
2008/08/23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