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으로의 전향(轉向)

PUBLISHED 2008/07/23 21:53
POSTED IN 일상의 기억들

어제는 13년이나 알고지낸 친구 녀석과 신도림에서 오랜만에 한잔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시원한 맥주를 꽤 많이 마신 모양이다. 오며가며 시간 때울려고 책 한권을 가방에 넣고 갔는데 집에 와서보니 많은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가는 길엔 분명 반 밖에 읽지 못했는데 어떻게 마지막 130페이까지 중요 부분에 줄이 그어지 있는지 세월이 흘러도 알콜 독서는 변함이 없다.

장미의 가시에 찔려 죽은 것으로 유명한 보헤미아 태생의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은 시인게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길을 일러준다.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그 무엇에 대한 근거가 자신의 심장의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뻗고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이루려는 그 무엇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깊은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을 골라 스스로 물어보고 "난 그거 아니면 안돼"라는 짤막한 말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열망에 근거한 당신의 삶은 무심하고 하찮은 시간까지도 충분히 표시되어야 하고 증거가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내면과 깊은 고독속으로 파고 들어가 삶의 샘물이 솟아오르는 그 깊은 곳을 살펴보고, 그 원천에 도달하여 인생에서 이루려는 그 무엇이 꼭 이루어 져야 하는지의 스스로 물어보고, 물음에 대한 답이 명확해 지면 더이상 의심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모든 성장과 발전을 조용하고도 진지하게 이어나가라고 말한다. 내면으로의 전향을 통하지 않고 자꾸만 바깥 세계만을 쳐다보고 무슨 보상이나 받을까 고민하지 말라는 것이다. 가장 조용한 시간에 은밀한 감정을 통해서나 답해질 수 있는 성질의 질문들을 외부로부터 답을 얻으려 할 때처럼 당신의 발전에 심각한 해가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남의 의식하지 말고 스스로 결정한 무엇은 목숨걸고서라도 지켜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내 인생에서 목숨걸고 해야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008/07/23 21:53 2008/07/2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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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속에 담긴 뭔가를 말로 표현하기 수월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후로, 내 인생에 목숨걸고 해야하는 것이 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근접한 뭔가가 계속 찾아지고, 표현하고 싶어졌습니다.

    다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 때문에 아직까지는 우유부단한 자세로 서있구요.

    유명한 철학자들이나 소설가등 생각이 깊은 사람들 처럼 확고한 사고하기엔 아직 열정과 노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2008/07/24 11:58
  2.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보다 좀 더 젊은 시기에 하고 싶은 것 많다는 핑계로 모든 일에 목숨걸고 하진 않았더군요. 스스로 갈등을 불러들이고 고민만 많았지 뚜렷하게 정의 내릴 만한 나의 발자취가 별로 없어 보이더군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결론이 선명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욕심만 앞세우고 행동이나 실천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늦게 나마 철든다고 이제 비로소 모든 일에 목숨걸고 임해야 한다고 맘먹고 있습니다. 격정적으로 가열차게 진정 원하는 것을 쫓는 즐거움도 이제야 느끼다니.. 세월이 흐름이 가끔은 스스로를 살찌우게 합니다.
    2008/07/24 23:29
  3. 밑줄 그어가며 책 읽는거-
    저 역시 그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때문에 백만권이나 된다는 도서관의 책들을
    100분 활용하지 못하기도 한답니다.
    (혹자는 그도 모르고 책을 왜 다 사서 읽냐고 그러기도 하지요...)
    하지만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싶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을
    다시 펼쳐 봤을때 느끼는 새로움 역시 포기못할 기쁨이라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살짝 업어가도 될까요? ^^;
    2008/07/28 18:19
  4. 제 취미 중 하나가 책을 모으는 것입니다. 물론 사둔 책 모조리 읽기도 벅차지만 일단 사서 두면 언젠가는 몇페이지라도 읽기때문에 읽은 만큼 남는게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래서 한번 읽은 내용은 최대한 되새김질 해볼려고 꾀를 낸 것이 밑줄을 살짝 치는 거였죠. 밑줄도 치고 옆의 여백에 저만의 암호로 뭔가 끄적이고 하다보니 이젠 습관이 되버렸습니다. 버스안에서 친 줄은 만땅 취한 취객의 발자취 만큼 곧지 못하지만 저에겐 기분 좋은 뿌듯함이랄까요. 시간이 흐르고 다시 봤을 때 그 뿌듯함은...^--------^

    지현님과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네요.

    업어가시면 제가 영광이죠. 언제나 환영입니다.^^
    2008/07/29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