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문한 친구 녀석에게 며칠 전 읽고 싶었던 책을 강매하게 하여 선물 받았다. 뭐 그런 책을 읽느냐며 친구는 피식 웃는다. 가끔은 이런다며 우격다짐을 해도 녀석은 낄낄거리며 어쩔 수 없어 한다.
졸린 저녁 시간에 잠깐 들춰보니 역시나 재밌다. 무거운 것을 가볍게, 가벼운 것은 절대 가볍지 않게 전달하는 힘이 느껴진다는 공지영의 작품에 국내 최고 작가란 타이틀이 붙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이번 산문집은 평범한 아이 엄마로서 위녕이란 딸에게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로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인생의 기나긴 마라톤에 힘겨워할 사람들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았어도 코끝이 찡하게 하는 뭉클함은 충분하다. 아내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나중 딸이 생기면 참 좋겠다.

그게 사랑인 줄 알았던 거야.사랑이란 무턱대고 덤벼들어 헌신하여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과 미완성인 사람 그리고 무원칙한 사람과의 만남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 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입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결합을 행복이라 부르고 자신들의 미래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각자는 다른 사람 때문에 자기 자신까지 잃게 되며, 상대방과 또 다른 사람까지 잃게 됩니다. 그리하여 남은 것이라고는 구역질과 실망, 빈곤뿐입니다. [p.24 공지영 산문집 ]
공지영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위 구절을 읽고 한참 동안 멍해졌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단지 서로 함께하면서 그 사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해서 자기 내부의 어떤 세계를 만들어야 할 계기를 깨달아야 함에도 그러질 못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그리움의 간격을 유지하고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독자성과 현실성을 키워나가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여유로움을 가질 때에만 더더욱 굳건해지리라 믿는다.
'그리움의 간격'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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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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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2 07:13